이 주의 책 5 소개 (2025년 11월 마지막 주)

 

극한 생존 | 알렉스 라일리 - 교보문고

극한 생존 — 인간보다 강한 생명들의 세계

 알렉스 라일리의 『극한 생존』은 읽는 순간 ‘지구는 인간보다 훨씬 더 단단한 존재들로 가득하구나’ 하고 깨닫게 만드는 책이다. 핵폭발 지역에서도 살아남는 곰팡이, 반년 동안 숨을 멈추는 거북, 얼어붙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송장개구리까지 우리가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생명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전 세계 극한 환경을 직접 탐사하며 기록을 모았고, 그 여정이 책 곳곳에 생생하게 놓여 있다.

 단순한 동물 잡학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인류의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 자연이 가진 놀라운 적응력을 보며 겸허해지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죄, 만 년을 사랑하다 대표 이미지

죄, 만 년을 사랑하다 — 폭풍 속 섬에서 벌어지는 기억과 진실의 미스터리

요시다 슈이치는 장르를 넘나드는 감각이 탁월한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 신작 『죄, 만 년을 사랑하다』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고립된 섬에서 각기 다른 기억을 가진 인물들이 서서히 진실을 밝혀가는 미스터리다. 영화 국보의 원작자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갖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상흔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물에 그치지 않고, “기억은 어디까지 사실인가?”, “우리는 타인의 죄와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깊은 질문을 던진다. 폭풍의 소리처럼 밀려오는 서사, 연극적 분위기, 인물 각자의 고백이 얽혀 독자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작품에서 그의 또 다른 변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쁨의 황제 | 오션 브엉(Ocean Vuong) - 교보문고

기쁨의 황제 — 고통과 치유가 만나는 시적 소설

첫 소설로 T.S. 엘리엇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은 오션 브엉이 6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소설이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할머니 그라지나와 삶을 포기하려던 소년 하이의 우정은, 현실의 절망 속에서도 인간이 타인에게 건네는 마지막 온기와 희망을 보여준다. 쇠락한 지역, 무너진 아메리칸드림, 이민자의 정체성, 퀴어 서사 등이 그의 시적 문장과 만나면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형성한다. 브엉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은 고통을 관찰하면서도 폭력적이지 않고, 희망을 그리면서도 가볍지 않다. 특히 “기억하고 싶은 것과 잊고 싶은 것의 경계”를 다루는 묘사는 독자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대표 이미지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다

전 테이트 갤러리 관장이자 BBC 예술 담당 기자였던 윌 곰퍼츠가 돌아왔다. 그의 신간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은 단순한 미술 교양서가 아니다. 독자가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눈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곰퍼츠는 선사시대 조각가부터 현대의 제니퍼 패커까지 31명의 예술가를 다루며, 각 작가의 작품 하나에 깊게 집중한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호퍼는 고독을 연구했다”, “프리다 칼로의 고통은 그를 파괴하지 않고 완성시켰다”라는 방식으로 예술가의 내면을 해석한다. 독자는 바스키아의 안경을 끼고 뉴욕 뒷골목을 걷는 기분, 엘 아나추이가 되어 버려진 병뚜껑을 줍는 감각을 맛보게 된다.

한국적 교양의 실패와 여자들의 공부론 | 김영민 - 교보문고

한국적 교양의 실패와 여자들의 공부론 — 권력과 교양을 다시 묻는다

철학자 김영민의 『한국적 교양의 실패와 여자들의 공부론』은 제목부터 강렬하다. 책은 한국의 권력 엘리트들이 겉으로는 교양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시민적 지성과 성숙을 외면해온 구조적 문제를 통렬히 비판한다. 저자는 최근 정치·사회 현상을 “권력층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라 규정하며, 왜 한국 사회가 반복적으로 퇴행을 겪는지 묻는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교양의 역할을 ‘예술 감상’이나 ‘취미적 인문학’에 두지 않고, 글·기호·수라는 사고의 도구를 통한 시민적 훈련으로 재정의한다는 점이다. 그는 “시민이면서 학인이고, 학인이면서 시민인 존재”만이 한국 사회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비판 서적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사이다 같은 분석과 묵직한 사유가 동시에 제공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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