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 보충제, 뼈 건강 지키려다 심장 망칠 수 있다?

칼슘은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미네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장년층과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는 ‘필수 영양제’처럼 인식되며 칼슘 보충제를 챙겨 먹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복용한 칼슘 보충제가 오히려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와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김홍배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45세 이상 성인 약 9만 명을 대상으로 8~10년에 이르는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칼슘 보충제 복용과 건강 결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연구의 핵심 주제는 단순하다. “칼슘을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심장과 혈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가?”

1.칼슘 보충제 복용자, 심혈관 위험 뚜렷이 증가

연구진은 조사 대상을 칼슘 보충제 복용자 약 8천 명과 비복용자 약 8만 2천 명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그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칼슘 보충제를 꾸준히 복용한 집단에서 다음과 같은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 급성 심근경색 위험 14% 증가
  • 허혈성 뇌졸중 위험 12% 증가
  • 전체 사망 위험 40% 증가

이는 단순한 상관관계 수준을 넘어, 생활습관·연령·기저질환 등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된 결과다. 즉, 칼슘 보충제 자체가 심혈관계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칼슘 음식

2. 왜 ‘보충제’가 문제인가? — 혈관 석회화의 위험

연구진이 주목한 핵심 메커니즘은 ‘혈관 석회화’다. 음식과 달리 칼슘 보충제는 고농도의 칼슘을 짧은 시간 안에 혈액으로 유입시킨다. 이 과정에서 혈중 칼슘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다음과 같은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 혈관 석회화: 혈관 벽에 칼슘이 침착되며 혈관이 딱딱해짐
  • 혈전 형성 증가: 혈액 점도가 높아지고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 조성
  • 혈압 상승: 혈관 탄력 저하로 말초 저항이 증가해 고혈압 위험 상승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치명적 심혈관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음식으로 먹는 칼슘은 왜 다른가?

연구는 ‘칼슘 섭취량’보다 ‘섭취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유, 두부, 멸치, 녹색 채소 등 음식 속 칼슘은 단백질·지방·식이섬유·마그네슘 등과 함께 흡수된다. 이 조합은 장에서의 흡수 속도를 늦추고, 혈중 칼슘 농도를 완만하게 상승시킨다. 그 결과 혈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뼈로 안전하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칼슘이라도 알약과 밥상 위 음식은 몸에서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셈이다.

4. 요약과 전망, 그리고 실천 가이드

이번 연구는 “칼슘은 무조건 많이, 보충제로 먹을수록 좋다”는 기존 인식을 근본적으로 되묻게 한다. 핵심은 분명하다.

  칼슘 보충제의 무분별한 복용은 심혈관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인의 평균 식단은 이미 하루 권장 칼슘 섭취량의 절반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 부족분 역시 우유 한 잔, 두부 반 모, 멸치 한 줌 정도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골다공증 치료 등으로 칼슘 보충제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고혈압·신장질환·심혈관 질환 같은 기저질환을 의료진에게 반드시 알리고 개인 맞춤형 용량을 상담해야 한다.

영양제 시장은 계속 커지겠지만, 동시에 ‘자연식 기반 영양 섭취’와 ‘개인별 위험 평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먹는 영양제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은, 알약보다 식탁 위의 균형 잡힌 음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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