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부끄러움』(1997) -세계 속에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

1. 개인 기억을 사회 구조로 환원하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자전적 서사를 취하지만, 감정의 고백보다는 기억의 조건을 분석하는 글쓰기에 가깝다.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나의 이야기”로 남기지 않고, 한 계급 출신 여성이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한다. 소설 『부끄러움』에서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는 ‘나’와, 그 과거를 분석하는 ‘현재의 나’를 분리한다. 이 거리두기는 기억을 미화하지 않기 위한 윤리이자, … 더 읽기

욕망을 통해 시간을 응시 — 아니 에르노의 「카사노바 호텔」(1998)

1. 적나라하게 표현된 여성 욕망 아니 에르노의 문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성 인물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그녀의 작품 속 여성들은 ‘사랑’이라는 관념적 언어로 가려진 욕망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욕망의 충동성, 폭력성, 황홀 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에르노는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의 욕망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그 지점에 글쓰기를 건다”고 말한 바도 있다. 실제로 『단순한 열정』(2020)에서는 … 더 읽기

중년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집착 -아니 에르노의 소설 『집착』(2001)

노벨문학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문학 세계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는 자신의 삶과 감정, 계급, 기억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현대 문학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낸 작가다. 그는 감정을 꾸미지 않고,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와 몸의 경험, 사랑과 상실의 흔적을 자전적 글쓰기라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에르노 문학의 핵심은 개인적 경험을 사회적 구조와 연결해 이해하는 데 있으며, 그 과정에서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