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이란 무엇인가? – 철학자들의 담론 이론을 중심으로

‘담론(disourse)’은 단순한 말이나 토론을 뜻하지 않는다. 철학자들은 담론을 지식·권력·이데올로기·주체 형성과 깊게 연결된 개념으로 분석해 왔다. 1. 미셸 푸코 – 담론은 지식이자 권력이다 담론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는 단연 미셸 푸코다. 푸코에게 담론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의 장치이다. 푸코는 『지식의 고고학』과 『감시와 처벌』 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담론은 사물을 말하게 만드는 규칙이며, … 더 읽기

교제살인은 왜 반복되는가?

교제살인은 오랫동안 ‘사적인 관계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으로 취급돼 왔다. 연인 사이의 갈등, 이별 후의 충동, 감정 통제 실패라는 설명은 교제살인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왔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정부 공식 통계는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여성폭력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전·현 배우자 또는 연인 관계에서 살인 혹은 살인미수로 … 더 읽기

페미니즘 리부트(Feminism Reboot)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리부트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사회 담론 중 하나가 바로 ‘페미니즘 리부트(Feminism Reboot)’이다. 뉴스, SNS, 유튜브, 대학 강의실, 직장과 일상 대화까지 페미니즘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이론이나 운동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페미니즘은 예전부터 있지 않았나?”, “왜 굳이 ‘리부트’라는 말을 쓰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기 … 더 읽기

일본인의 기원, 고대 게놈이 밝힌 일본인 인구의 3중 구조 기원

1.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일본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역사 논쟁을 넘어 정체성과 깊이 연관된다. 오랫동안 일본 학계와 대중사회에서는 조몬인과 야요이인의 혼합으로 일본인이 형성되었다는 ‘이중 구조론’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2021년, 이 오래된 통설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도쿄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고대 인골의 전장(全長) 게놈 분석을 통해 일본인의 기원이 단순한 ‘두 갈래’가 아니라 … 더 읽기

피해자성은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 릴리 출리아라키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2025)

1.피해자 담론이 지배하는 시대의 역설 오늘날 공적 담론에서 “피해자”라는 말은 가장 강력한 도덕적 언어로 기능한다. 정치인은 법적 책임을 “정치적 탄압”으로 전환하고, 국가와 집단은 비판을 “차별”이나 “자유 침해”로 재명명함으로써 스스로를 피해자로 위치시킨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성은 약자의 고통을 가시화하는 윤리적 개념이 아니라, 정당성과 면책을 동시에 획득하는 권력 장치가 된다. 릴리 출리아라키(Lilie Chouliaraki)는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에서 이 … 더 읽기

감정화 체제와 동아시아 공론장의 구조 변화 – 오쓰카 에이지 『감정화하는 사회』(2020) 중심으로

Ⅰ. 서론 21세기 동아시아 공론장은 감정이 전면에 등장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정치인은 “국민의 마음”을 호명(呼名)하며 지지를 모으고, 언론은 구조적 분석보다 분노·감동·혐오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우선하며,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감정 반응을 실시간 수집해 알고리즘적으로 강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사회적 감수성의 변화나 개인 심리의 과잉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쓰카 에이지는 『감정화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을 정치·경제·문화의 중심 원리가 감정으로 재편되는 구조적 … 더 읽기

몸, 윤리, 그리고 생존의 정치학- 『되살아나는 자본론』(2024)

1. 자본주의의 균열을 응시하는 문제제기 우치다 다쓰루와 이시카와 야스히로는 『되살아나는 자본론』에서 현대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체제로 파악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구성해온 모든 기반—노동, 신체, 재생산, 윤리적 관계—를 전면적으로 침식하는 거대한 구조로 바라본다. “자본주의의 윤리적 붕괴와 인간 존재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두 저자는 오늘날 금융화된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인간이 … 더 읽기

‘동물화된 인간’과 AI 시대의 새로운 감각-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사적(私的) 인간의 쇠퇴와 새로운 주체의 등장 아즈마 히로키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현대 인간이 더 이상 서사적 욕망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포스트모던 이후 인간은 서사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서 멀어지고, 단기적 자극이나 감각적 반응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문화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제공한 … 더 읽기

패전(敗戰)을 지우려 한 일본, 패전(敗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 — 시라이 사토시의 『영속패전론』(2017)

일본 전후(戰後)는 정말 끝났는가 시라이 사토시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의 혼란을 바라보며 “전후(戰後)는 끝났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일본은 고도성장과 민주화, 평화헌법을 바탕으로 전후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국가로 자신을 설명해왔지만, 시라이는 이러한 자기 이미지가 허상이며, 일본은 사실상 패전을 끝내지 못한 채 패전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전후(戰後)를 이어온 국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 더 읽기

일본 총독부 고위 관료들의 육성 증언을 통해 본 식민지 지배의 본질-미야타 세쓰코의 『식민통치의 허상과 실상』(2002)

저자  미야타 세쓰코와 호즈미 신로쿠로의 역할 저서 『식민통치의 허상과 실상』은 일본 식민지사 연구자 미야타 세쓰코가 해설·편집한 책이지만, 이 책의 실제 뿌리는 호즈미 신로쿠로(穗積眞六郞, 1889-1970)가 남긴 방대한 육성 기록에 있다. 호즈미는 1914년부터 1941년까지 조선총독부에서 외사과장, 식산국장 등 요직을 맡았던 핵심 관료로, 패전 후에는 조선에 남은 일본인들의 귀환을 돕는 한편, 총독부 고위층의 회고와 정책 관련 증언을 수집해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