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세계 문학가 50인의 말 ― 사랑을 말한 문학적 언어의 깊이

1. 사랑과 인간 사랑은 인간이 가진 감정 중 가장 숭고한 마음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한 애정이나 욕망의 차원을 넘어, 인간이 타자에게 건네는 가장 순수하고 근원적인 에너지다. 고대 신화에서부터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학은 사랑을 통해 인간의 본질, 삶의 이유, 존재의 깊이를 탐색해 왔다. 사랑은 인간을 비약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고통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 더 읽기

감정화 체제와 동아시아 공론장의 구조 변화 – 오쓰카 에이지 『감정화하는 사회』(2020) 중심으로

Ⅰ. 서론 21세기 동아시아 공론장은 감정이 전면에 등장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정치인은 “국민의 마음”을 호명(呼名)하며 지지를 모으고, 언론은 구조적 분석보다 분노·감동·혐오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우선하며,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감정 반응을 실시간 수집해 알고리즘적으로 강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사회적 감수성의 변화나 개인 심리의 과잉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쓰카 에이지는 『감정화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을 정치·경제·문화의 중심 원리가 감정으로 재편되는 구조적 … 더 읽기

개념을 훔치는 자와 붕괴하는 세계-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희곡 『산책하는 침략자』(2019)

1. ‘보이지 않는 균열’을 드러내는 연극적 사유 마에카와 도모히로(前川知大)는 일본 현대 희곡에서 독보적으로 자리 잡은 창작자로, 극단 이카이(イキウメ)를 기반으로 SF적 상상력과 일상 리얼리즘을 결합하는 문학적 실험을 지속해왔다. 그의 작품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인간의 정체성, 사회의 구조적 문제, 집단성과 개인성의 충돌을 탐구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초자연적 현상을 일상 속에 균열처럼 끼워 넣어, 인간이 가진 세계 인식을 비틀어내는 … 더 읽기

저주가 드러내는 잔혹한 현실- 정보라의 단편소설 「저주토끼」(2023)

민담의 잔혹성과 사회폭력의 결합 정보라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한 뒤 예일대·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동유럽 문학을 연구한 작가로, 국제적 학문 기반 위에서 독창적인 한국 환상문학을 구축해왔다. 그녀의 문학세계는 민담의 잔혹성, 초현실적 호러,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며, 현실 속 폭력을 환상적 장치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단편소설집 『저주토끼』는 이러한 그녀의 문학적 특성이 가장 응축된 작품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 더 읽기

몸, 윤리, 그리고 생존의 정치학- 『되살아나는 자본론』(2024)

1. 자본주의의 균열을 응시하는 문제제기 우치다 다쓰루와 이시카와 야스히로는 『되살아나는 자본론』에서 현대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체제로 파악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구성해온 모든 기반—노동, 신체, 재생산, 윤리적 관계—를 전면적으로 침식하는 거대한 구조로 바라본다. “자본주의의 윤리적 붕괴와 인간 존재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두 저자는 오늘날 금융화된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인간이 … 더 읽기

근대의 그림자 속에서 무너지는 마음- 나스메 소세키 『마음』

나스메 소세키의 『마음』은 근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동시에, ‘근대 인간의 내면 붕괴’라는 보편적 문제를 가장 예리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소설은 단순한 청년과 선생의 관계, 혹은 삼각관계를 통한 비극을 넘어서, 서구식 개인주의와 일본 사회의 급격한 근대 전환이 만들어낸 인간의 고독과 죄책감을 정교한 심리 묘사로 해부한 소설이다. 선생님의 내면에 응축된 배신·불신·윤리적 구속감은 당시 일본 지식인들이 겪던 … 더 읽기

‘동물화된 인간’과 AI 시대의 새로운 감각-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사적(私的) 인간의 쇠퇴와 새로운 주체의 등장 아즈마 히로키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현대 인간이 더 이상 서사적 욕망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포스트모던 이후 인간은 서사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서 멀어지고, 단기적 자극이나 감각적 반응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문화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제공한 … 더 읽기

패전(敗戰)을 지우려 한 일본, 패전(敗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 — 시라이 사토시의 『영속패전론』(2017)

일본 전후(戰後)는 정말 끝났는가 시라이 사토시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의 혼란을 바라보며 “전후(戰後)는 끝났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일본은 고도성장과 민주화, 평화헌법을 바탕으로 전후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국가로 자신을 설명해왔지만, 시라이는 이러한 자기 이미지가 허상이며, 일본은 사실상 패전을 끝내지 못한 채 패전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전후(戰後)를 이어온 국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 더 읽기

욕망을 통해 시간을 응시 — 아니 에르노의 「카사노바 호텔」(1998)

1. 적나라하게 표현된 여성 욕망 아니 에르노의 문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성 인물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그녀의 작품 속 여성들은 ‘사랑’이라는 관념적 언어로 가려진 욕망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욕망의 충동성, 폭력성, 황홀 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에르노는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의 욕망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그 지점에 글쓰기를 건다”고 말한 바도 있다. 실제로 『단순한 열정』(2020)에서는 … 더 읽기

2025년 노벨문학상, 왜 하필 그였나? –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과 수상의 의미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공식 이유’ 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Krasznahorkai László)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비전 있는 작품 세계”라고 공식 발표문에서 언급했다. 이 발표문에서 그의 소설을 “카프카의 계보를 잇는 중앙유럽 문학 전통의 현대적 변주”라고 규정하며, “혼돈과 붕괴 속에서도 인간 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서사적 힘”을 높게 평가했다.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