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화된 인간’과 AI 시대의 새로운 감각-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사적(私的) 인간의 쇠퇴와 새로운 주체의 등장 아즈마 히로키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현대 인간이 더 이상 서사적 욕망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포스트모던 이후 인간은 서사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서 멀어지고, 단기적 자극이나 감각적 반응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문화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제공한 … 더 읽기

패전(敗戰)을 지우려 한 일본, 패전(敗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 — 시라이 사토시의 『영속패전론』(2017)

일본 전후(戰後)는 정말 끝났는가 시라이 사토시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의 혼란을 바라보며 “전후(戰後)는 끝났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일본은 고도성장과 민주화, 평화헌법을 바탕으로 전후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국가로 자신을 설명해왔지만, 시라이는 이러한 자기 이미지가 허상이며, 일본은 사실상 패전을 끝내지 못한 채 패전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전후(戰後)를 이어온 국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 더 읽기

욕망을 통해 시간을 응시 — 아니 에르노의 「카사노바 호텔」(1998)

1. 적나라하게 표현된 여성 욕망 아니 에르노의 문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성 인물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그녀의 작품 속 여성들은 ‘사랑’이라는 관념적 언어로 가려진 욕망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욕망의 충동성, 폭력성, 황홀 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에르노는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의 욕망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그 지점에 글쓰기를 건다”고 말한 바도 있다. 실제로 『단순한 열정』(2020)에서는 … 더 읽기

2025년 노벨문학상, 왜 하필 그였나? –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과 수상의 의미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공식 이유’ 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Krasznahorkai László)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비전 있는 작품 세계”라고 공식 발표문에서 언급했다. 이 발표문에서 그의 소설을 “카프카의 계보를 잇는 중앙유럽 문학 전통의 현대적 변주”라고 규정하며, “혼돈과 붕괴 속에서도 인간 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서사적 힘”을 높게 평가했다. … 더 읽기

죽음을 응시하며 찾아낸 ‘나의 천국’-최진영 『홈 스위트 홈』(2023)

작가 최진영과 그의 문학세계 최진영은 2010년대 이후 한국 문단에서 가장 독자적인 목소리를 구축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그의 문학은 겉으로 보기엔 잔잔하지만, 내면으로는 복잡한 상처와 정동의 구조를 지닌다. 그는 인간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단절, 상실, 외로움,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즉 그는 인물들이 겪는 고통을 단순한 비극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 … 더 읽기

교환독서, 왜 지금 주목받는가?

새로운 독서 트렌드의 등장 최근 독서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환독서의 급부상이다. 교환독서는 여러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순서대로 돌려 읽으며, 밑줄과 메모, 질문과 감상을 공유하는 독서 방식으로, 단순히 책을 함께 읽는 것을 넘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교류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읽기 방식은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유는 공유와 소통하고자 … 더 읽기

일본 총독부 고위 관료들의 육성 증언을 통해 본 식민지 지배의 본질-미야타 세쓰코의 『식민통치의 허상과 실상』(2002)

저자  미야타 세쓰코와 호즈미 신로쿠로의 역할 저서 『식민통치의 허상과 실상』은 일본 식민지사 연구자 미야타 세쓰코가 해설·편집한 책이지만, 이 책의 실제 뿌리는 호즈미 신로쿠로(穗積眞六郞, 1889-1970)가 남긴 방대한 육성 기록에 있다. 호즈미는 1914년부터 1941년까지 조선총독부에서 외사과장, 식산국장 등 요직을 맡았던 핵심 관료로, 패전 후에는 조선에 남은 일본인들의 귀환을 돕는 한편, 총독부 고위층의 회고와 정책 관련 증언을 수집해 … 더 읽기

2025년 언론에 보도된 우리의 독서 모습과 변화

2025년 언론 보도을 살펴보면, 우리의 독서 현실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국민”이라는 평가와 함께 그 반대로 “출판 콘텐츠를 꾸준히 소비하는 새로운 독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를 볼 때, 언론에 따라 우리의 독서 현실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분석에 주목되는 것은 종이책 독서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웹소설·웹툰·오디오북·전자책 소비는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며 독서의 의미가 급격히 … 더 읽기

독서의 필요성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독서는 흔히 다매체 시대에 흥미없는 일이라고 그 힘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우리는 종종 독서를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 시간이 있을 때 하는 취미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 교육학, 뇌과학, 공중보건 등의 연구들은 독서가 단순한 선택적 활동이 아니라 인간 발달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임을 보여준다. 독서는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고, 사고력과 언어 능력을 확장하며, 사회적 관계 능력과 정신 … 더 읽기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교차- 다니자키 준이치로 『열쇠』(1956)

욕망과 금기의 미학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과 금기를 드러내는 데 탁월하다. 그는 문명적 가식에 덮인 인간 심리를 파헤치며, 성적 욕망(Eros), 파멸 충동(Thanatos), 관계적 권력 구조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열쇠』 역시 이러한 세계관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단순 관능성 묘사가 아니라, 금기를 넘나드는 심리적 해부를 통해 인간 본성의 이중성과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소설 『열쇠』에서는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