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欲望)은 어디에서 오는가 – 프로이트·라캉·푸코의 욕망 이론으로 읽는 인간과 사회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우리는 흔히 욕망을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 문제로 생각하지만, 20세기 사상은 욕망을 본능, 언어, 권력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분석해 왔다. 이 글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자크 라캉, 미셸 푸코의 이론을 통해 욕망 개념이 어떻게 확장되고 전복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1. 프로이트: 욕망은 억압된 본능이다 1) 무의식과 리비도 이론의 탄생 프로이트에게 욕망은 … 더 읽기

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2019) – 체험에서 구조로, 과학기술을 묻다

왜 과학기술이 문제인가 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은 과학기술을 ‘발전의 역사’로 서술하지 않는다. 이 책이 겨냥하는 핵심은 과학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기술이 근대 국가의 목표·제도·동원 체계와 결합하면서 형성한 정치적 질서다. 저자는 과학기술을 중립적 도구로 이해하는 통념을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며, 과학기술이 어떻게 책임을 은폐하고 폭력을 합리화하는 장치로 기능해 왔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문제의식은 이론적 사변에서 비롯된 … 더 읽기

데니스 존슨 『기차의 꿈』(2002), 근대의 꿈과 한 인간의 생애

데니스 존스의 중편소설 『기차의 꿈』은 한 남자의 생애를 다루지만, 그 삶은 곧 미국 근대의 그림자 연대기다. 이 소설은 영웅도, 성공담도, 극적인 자기서사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데니스 존슨은 기록되지 않은 노동자의 삶을 따라가며, 국가가 꾸었던 꿈과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시간을 조용히 겹쳐 놓는다. 주인공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고모에게 길러진다. 교육은 거의 … 더 읽기

프로이트의 성에 대한 철학 – 인간 정신을 움직이는 가장 깊은 구조를 이해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충동이나 사적인 쾌락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사유에서 성은 인간 정신 전체를 조직하는 핵심 원리이며, 무의식·자아·도덕·문명까지 관통하는 철학적 개념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왜 고통받는가”, “왜 스스로를 속이는가”, “왜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을 사유의 중심에 놓았다. 그의 성 이론은 단순한 심리학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급진적인 철학적 재정의였다. 1. 성은 … 더 읽기

『성의 역사 1권: 지식의 의지』 ― 왜 푸코는 “성은 억압된 적이 없다”고 말했는가

미셸 푸코의 대표작 『성의 역사』는 “성(sex)은 억압되어 왔다”라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믿어온 생각을 정면으로 뒤집는 책이다. 『성의 역사』는 총 3권으로 구성되었다. 1권은 지식의 의지 – 근대 사회에서 성이 어떻게 지식과 권력의 대상이 되었는가, 2권은 쾌락의 활용 – 고대 그리스에서 성과 욕망은 어떻게 관리되었는가, 3권은 자기 배려 – 로마 시대, 성을 통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다듬었는가가 … 더 읽기

뇌 가소성이란 무엇인가?

뇌 가소성(腦 可塑性, Neuroplasticity)이란 인간의 뇌가 경험, 학습, 훈련,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뇌는 성장기 이후에는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현대 신경과학은 이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오늘날 뇌는 평생 변화하는 유기체로 이해된다. 1. 뇌 가소성의 과학적 의미 뇌는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와 그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로 구성되어 있다. 뇌 가소성이란 … 더 읽기

아니 에르노 『부끄러움』(1997) -세계 속에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

1. 개인 기억을 사회 구조로 환원하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자전적 서사를 취하지만, 감정의 고백보다는 기억의 조건을 분석하는 글쓰기에 가깝다.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나의 이야기”로 남기지 않고, 한 계급 출신 여성이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한다. 소설 『부끄러움』에서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는 ‘나’와, 그 과거를 분석하는 ‘현재의 나’를 분리한다. 이 거리두기는 기억을 미화하지 않기 위한 윤리이자, … 더 읽기

담론이란 무엇인가? – 철학자들의 담론 이론을 중심으로

‘담론(disourse)’은 단순한 말이나 토론을 뜻하지 않는다. 철학자들은 담론을 지식·권력·이데올로기·주체 형성과 깊게 연결된 개념으로 분석해 왔다. 1. 미셸 푸코 – 담론은 지식이자 권력이다 담론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는 단연 미셸 푸코다. 푸코에게 담론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의 장치이다. 푸코는 『지식의 고고학』과 『감시와 처벌』 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담론은 사물을 말하게 만드는 규칙이며, … 더 읽기

장정일 『내게 거짓말을 해봐』(1996)-표현의 자유의 극한 실험

장정일의 문학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문제적이면서도 회피할 수 없는 지점을 차지한다. 그는 시·소설·에세이를 넘나들며 일관되게 도덕, 가족, 국가, 예술 제도가 개인의 욕망과 육체를 어떻게 규율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해 왔다. 1.반항이 아니라 ‘위험한 실험’으로서의 글쓰기 장정일 문학의 핵심은 단순한 반항이나 저항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는 “권위에 맞선다”는 도식 자체가 얼마나 쉽게 또 다른 권위로 전화되는지를 의심한다. 그의 … 더 읽기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후』(1909)- 근대의 압박 속 ‘자연의 순리’가 초래한 비극

소설마음의 표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후』는 일반적으로 『산시로』(1908)의 “그다음 이야기”로 불린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후일담이 아니라, 근대 일본 사회 속에서 개인이 끝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윤리적 결단의 순간을 가장 날카롭게 포착한 소설이다. 소설『산시로』가 세계를 관망하는 청년의 눈을 그렸다면, 『그후』는 관망하던 자가 사랑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회와 충돌하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소세키는 “사랑은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