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소설의 세계관
김기태의 단편소설 〈롤링 선더 러브(Rolling Thunder Love)〉는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의 고독, 감정의 소모, 대중문화 속 자아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 맹희는 “그냥 있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전철 속 인파에 떠밀리며 존재감 없이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익명성이 지배하는 도시환경에서 현대인이 경험하는 감정 마모와 소외를 여과 없이 반영한다. 김기태는 이러한 인물을 통해 “고독은 거창한 비극이 아니라 하루의 작은 틈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고독·예능·폭발의 흐름
조맹희, 서른일곱 살의 평범한 직장인은 어느 날 퇴근길 전철 안에서 사람들에게 밀리고 흔들리며, 자신이 군중 속에서 아주 작은 존재라는 느낌을 다시 확인한다. 일은 반복되고 감정은 소모되어 가는데, 그녀는 요즘 들어 스스로가 왜 이렇게 공허한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낸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고, 때로는 데이팅 예능 프로그램 〈솔로농장〉을 보며 타인의 관계를 관찰하듯 바라본다. 그녀에게 이 예능은 외로움을 달래는 위안이자, 동시에 자신의 연애 공백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맹희는 충동처럼 ‘솔로농장’ 출연 지원을 결심한다. 그녀는 대단한 이유도 명확한 목표도 없이, 단지 “지금 그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마음 하나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촬영장에 도착해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시작한 맹희는, 화면 속에서 보던 연애 예능의 분위기와 실제 현장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느낀다. 서로를 의식하는 출연자들, 카메라 앞에서 만들어지는 연출된 행동들, 경쟁과 호감 신호가 뒤섞이는 환경 속에서 맹희는 어딘가 낯설고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그 와중에 맹희의 시선은 이상하게도 남성 출연자들이 아니라 프로그램 PD ‘우엉(우영)’에게 머무른다. 그는 촬영 중 맹희의 질문을 차분히 받아주고, 불편하거나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을 발견하면 조심스럽게 도와준다. 맹희는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는 감정을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PD는 규정상 출연자와의 관계가 금지되어 있다며 부드럽게 거리를 둔다. 맹희는 거절당했다는 상처보다도,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 마음의 방향 앞에서 이상한 슬픔을 느낀다.
촬영 중 이어진 ‘외발수레 거름 미션’에서 맹희는 수레가 넘어지며 무릎을 다친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맹희는 잠시 멈칫하지만, 이내 다시 수레를 일으켜 세우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왜요? 안 해요? 왜 안 해요?”라고 외친다. 이 장면은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한 번도 제대로 밀어붙여보지 못한 어떤 힘을 처음으로 꺼내든 순간처럼 보인다.
촬영이 끝나고 방송이 공개되자, 맹희는 인터넷 댓글을 통해 전혀 다른 ‘편집된 맹희’를 보게 된다. 누군가는 그녀를 “재미없는 출연자”, “눈치 없는 사람”, “연애 시장에서 뒤처진 여성”이라 조롱한다. 맹희는 댓글을 읽으며 “저게 나인가… 아니지, 저것도 나인가…”라고 생각한다. 방송 속 ‘나’와 현실 속 ‘나’ 사이의 틈은 깊고 낯설다.
어떤 날, 혼자 남은 맹희는 갑자기 삽을 들고 마당으로 나간다. 삽을 전기 기타처럼 번쩍 들어 올리며 하늘을 향해 휘두른다. 마치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번개를 내리꽂는 록 스타처럼, 그녀는 온몸으로 허공을 가른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에게도 평가받지 않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만의 기세와 자유의 감정이 폭발한다.
“롤링, 롤링 선더!”
그녀는 속으로 외치며 번개처럼 지나가는 감정을 붙잡는다. 그렇게 맹희의 하루와 사랑, 실패와 해방은 끝나지만, 그녀는 예능에서 이상형을 찾지 못해도, 마음이 거절당해도, 방송에서 조롱당해도 결국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 살아갈 용기를 조금 더 얻게 된다.
감정과 상징의 구조
작품의 문장들은 김기태의 섬세한 감정 포착을 보여준다. “그냥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도시인의 감정적 불투명함을 드러내며, 무기력과 고독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사랑할 용기도 없는 놈들!”은 외로움을 견디는 방식이 때로는 분노와 저항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롤링 선더’라는 표현은 감정 해방의 상징이다. 맹희가 삽을 기타처럼 드는 장면은 현실의 무력감을 떨쳐내고, 자기서사의 주도권을 되찾는 상징적 행위다. 대중문화—예능, 음악, 유행어—가 작품에서 중요한 감정 매개로 작용하는 점도 특징적이다.
〈롤링 선더 러브〉를 통해 김기태의 작품세계를 요약하면,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을 다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작가”라 할 수 있다. 그의 인물들은 대체로 큰 사건 없이도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경험하며, 일상 속 불안·갈망·충동을 세밀하게 탐색한다. 대중문화가 인물의 감정을 조절하고 왜곡하는 방식을 탁월하게 포착함으로써, 현대인의 심리를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의 강점은 감정 묘사가 생생하고, 마지막 장면의 해방적 에너지가 강렬하다는 점이다. 물론 서사의 폭이 좁고 맹희의 변화 과정이 다소 외부 자극에 치우쳐 보일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을 감안하더라도, 김기태는 도시인의 감정 리듬을 정확히 잡아내는 작가이며, 〈롤링 선더 러브〉는 그의 감정 서사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