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공식 이유’
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Krasznahorkai László)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비전 있는 작품 세계”라고 공식 발표문에서 언급했다. 이 발표문에서 그의 소설을 “카프카의 계보를 잇는 중앙유럽 문학 전통의 현대적 변주”라고 규정하며, “혼돈과 붕괴 속에서도 인간 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서사적 힘”을 높게 평가했다. 이 발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가 단순히 파격적 실험을 하는 작가가 아니라, 문학의 본질적 질문과 시대적 불안을 통합적으로 다룬 작가임을 강조하는 평가다.

세계 언론들이 주목한 시대성과 국제적 공감
세계 여러 주요 언론은 그의 수상을 ‘지극히 시대적이고 적절한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The Guardian은 보도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현대 유럽이 느끼는 불안과 붕괴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고 깊게 기록해온 작가”라며, 그의 문학이 지금 시대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그의 작품을 “읽기는 어렵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문학”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Washington Post는 “이번 수상은 문학의 본질을 다시 환기시키는 선택”이라며, “그의 소설은 재미나 오락보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데 집중하는 드문 작가적 성취”라고 논평했다. 또한 “전쟁, 팬데믹, 기후위기 이후 세계가 품는 근본적 불안을 그의 작품이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국제통신사 Reuters는 “이번 선정은 오늘의 세계 정세에 대한 직접적 응답”이라며, “그의 소설은 혼돈과 붕괴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탐구하는 현대적 묵시록의 형태”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그를 “absurdist excess(부조리한 과장)의 거장”이라 표현하며, 그의 문학이 단순한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문학적 사유의 실험’임을 강조했다.
아시아권에서도 반응이 뚜렷했다. 홍콩 South China Morning Post(SCMP)는 “동유럽의 어두운 역사적 감수성과 동아시아적 사유가 결합된 독특한 작가”라며, “그의 문학은 문화적 경계를 넘어 동서양 독자 모두를 사로잡는다”고 평가했다. 이 평가는 그가 여행과 체류 경험을 통해 얻은 동양적 명상성과 사유 방식이 세계 문학적 매력을 강화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다양한 언론들이 그의 수상을 ‘예측 불가능한 선택’이 아닌 ‘필연적 귀결’로 받아들였다는 점은, 그의 작품이 단지 전문 독자층을 위한 난해한 문학이 아니라 전 세계적 불안을 관통하는 보편적 감수성을 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가 ‘세계적 작가’로 인식된 배경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54년 헝가리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법학을 공부하다 문학으로 전향한 뒤, 1985년 데뷔작 《사탄탱고》로 일찌감치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이후 헝가리 거장 영화감독 벨라 타르에 의해 7시간짜리 영화로 제작되며 ‘문학과 영화의 거대한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후 40여 년 동안 장편소설·단편·여행기·에세이·영화 각본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어떤 형식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미학과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의 문체는 문단을 거의 끊지 않고 이어지는 ‘마침표 없는 문장’으로 유명하다. 이 문장은 독자를 압도하면서도 묘한 몰입감을 만들어내며, 등장인물의 의식과 세계의 혼돈을 그대로 언어로 펼쳐 보이는 역할을 한다. Guardian은 이 문체에 대해 “한 문단이 한 세계이며, 한 문장이 하나의 존재론적 호흡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미 국제 부커상(2015)과 미국 번역 문학상(2019)을 수상하며, 노벨상 이전에도 세계 문단의 확고한 중심 작가였다.
왜 ‘지금’ 그의 문학이 주목받는가
2020년대 이후 세계는 팬데믹, 전쟁, 기후위기, 사회 갈등 등으로 불안이 일상이 되었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은 바로 이런 ‘붕괴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을 정확히 포착한다. 그는 혼돈, 파괴, 절망을 다루지만, 그 안에서 인간 존재와 예술의 의미를 끈질기게 탐구한다. 이는 단순한 디스토피아적 문학이 아니라,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인간은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기도 하다.
Washington Post는 그의 문학을 “우리 시대의 세계적 불안을 가장 깊이 있게 다룬 문학적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Reuters는 “이는 시대의 어두운 분위기를 반영한 선택이라기보다, 그 어둠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작가를 인정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세계 언론의 이러한 해석은 그의 문학이 단지 지역적 역사나 개인적 감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전 세계인의 불안과 질문을 함께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하필 그였나?’
그의 수상은 우연이나 돌발적 선택이 아니라, 세계 문학계가 오래 준비해온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는 지난 40년간 인간 존재의 어두운 면을 가장 치열하게 탐구해온 작가였으며, 지금 세계의 혼란과 불안은 그의 문학이 더욱 필요한 배경이 되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그의 수상을 “지극히 타당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문학은 단순히 잘 쓴 소설이 아니라, 시대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게 만드는 사유의 언어이다. 따라서 2025년 노벨문학상은 ‘하필 그’가 아니라, ‘지금이기에 반드시 그’였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