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일본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역사 논쟁을 넘어 정체성과 깊이 연관된다. 오랫동안 일본 학계와 대중사회에서는 조몬인과 야요이인의 혼합으로 일본인이 형성되었다는 ‘이중 구조론’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2021년, 이 오래된 통설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도쿄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고대 인골의 전장(全長) 게놈 분석을 통해 일본인의 기원이 단순한 ‘두 갈래’가 아니라 세 갈래의 유전자 흐름, 즉 ‘3중 구조(tripartite origin)’임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의 <Science Advances>(2021년)에 게재되며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 고대 게놈 분석, 무엇이 달랐나
기존 연구들이 특정 유전자 표지(marker)만을 부분적으로 비교했다면, 이 연구팀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활용해 고대인의 유전체 전체를 정밀 분석했다. 연구진은 일본 열도 전역에서 발굴된 조몬 시대 9구, 야요이 시대 2구, 고분 시대 1구의 고대 인골에서 DNA를 추출했고, 이를 현대 한국인·일본인·중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 170여 개 집단의 유전자 데이터와 비교했다.
이 연구를 주관한 기관은 The University of Tokyo를 중심으로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등 다국적 연구팀이었다. 즉, 특정 국가의 시각에 치우치지 않은 국제 검증 연구라는 점에서도 신뢰도가 높다.
3.일본인의 3중 구조 기원, 무엇이 밝혀졌나
연구 결과, 현대 일본인의 유전자는 다음 세 집단의 혼합으로 형성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첫째, 조몬인은 약 1만 년 전부터 일본 열도에 정착한 수렵·채집 사회의 토착민이다. 그러나 현대 일본인 유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 내외로 제한적이다.
둘째, 야요이인은 기원전 수세기부터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이동한 농경민 집단이다. 벼농사, 토기, 금속 문화의 전파와 함께 인구 규모 자체가 조몬인보다 훨씬 컸다.
셋째, 가장 중요한 집단이 바로 고분 시대 이주민이다. 3~7세기 무렵, 국가 형성과 함께 대규모로 유입된 이 집단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대륙과 깊은 유전적 연관성을 보이며, 현대 일본인 유전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진은 야요이인과 고분인을 합친 ‘이주민 계열 유전자’가 현대 일본인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인의 유전적 ‘몸체’가 토착 조몬인보다는, 한반도를 경유해 유입된 인구 집단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4. 현대 일본인과 가장 가까운 유전적 이웃
“그렇다면 현대 일본인과 가장 가까운 민족은 누구인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전적 거리(Genetic Distance)가 가장 가까운 집단은 현대 한국인이다. 이는 단순한 문화 교류가 아니라, 실제 인구 이동과 혼혈이 반복되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결과다. 벼농사, 철기, 국가 제도의 전래 시기와 유전자 흐름이 정확히 겹친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고고학·역사학의 성과를 유전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된다.
5. 유전자가 말하는 한일 관계의 본질
2021년 도쿄대학교 연구팀의 고대 게놈 연구에서 현대 일본인의 유전적 정체성은 80% 이상이 한반도를 거쳐 들어온 조상들에게서 형성되었다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일본인이 ‘순수한 단일 혈통’이라는 신화가 해체되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이 수천 년에 걸친 이주와 혼합을 통해 형성된 가장 가까운 생물학적 이웃임을 보여준다. 역사적 갈등과 정치적 감정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일 관계는 대립의 역사이기 이전에, 공유된 기원의 역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