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나라하게 표현된 여성 욕망
아니 에르노의 문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성 인물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그녀의 작품 속 여성들은 ‘사랑’이라는 관념적 언어로 가려진 욕망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욕망의 충동성, 폭력성, 황홀 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에르노는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의 욕망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그 지점에 글쓰기를 건다”고 말한 바도 있다. 실제로 『단순한 열정』(2020)에서는 육체 연락만을 기다리며 하루를 버티는 여성의 집착과 공허를, 『집착(L’Occupation)』(2001)에서는 질투에 잠식된 여성이 타인의 세세한 흔적까지 탐색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에르노는 욕망을 아름답게 장식하거나 심리적으로 정당화하지 않는다. 욕망은 ‘있는 그대로의 몸의 움직임’이며, 여성 역시 욕망하는 존재임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억압해 온 사회 규범을 거슬러 올라가는 문학적 전략으로, 여성의 욕망을 말하는 것이 곧 여성의 주체성과 존재의 실체를 말하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환기한다. 『카사노바 호텔』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
2. 욕망이 상실의 공간을 채우던 시간
소설 속 등장인물은 치매로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돌보며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런 시기에 신문쟁이 P가 과거에 남겼던 정액이 굳어 있는 편지 한 장을 발견하며, 잊고 있던 욕망의 시간들이 호출된다. 처음 P를 만났을 때 그녀는 그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았지만, 헤어진 후 집에 도착하자 돌연 폭발적 욕망이 솟아오른다. 그 욕망은 충족시키지 않고는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고, 결국 다시 그를 찾아 나선다. 두 사람은 전시회에서 만나 싸구려 호텔 ‘카사노바 호텔’로 향하며 육체적 관계를 시작한다.
이후 만남은 반복적으로 그 호텔에서 이루어지며 일종의 고정된 의례가 된다.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될수록 그녀의 욕망은 더욱 격렬해지고, 호텔은 일상의 공백과 상실을 견디기 위한 임시적 피난처가 된다. 하지만 호텔이 만실인 날이 반복되자 두 사람의 관계는 흐트러지고, 결국 P는 그녀의 집으로 오기 시작하지만 심리적 거리는 오히려 멀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관계는 소리 없이 소멸한다. 어느 날 그녀는 호텔 근방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P를 멀리서 보며, 욕망과 시간, 쇠락과 연민이 뒤엉킨 묵직한 감정의 파문을 느낀다.
3. 욕망의 적나라함이 드러내는 것- 상실을 견디기 위한 존재의 움직임
에르노 소설에서 욕망은 단순한 성적 충동이 아니라 존재의 위기 속에서 몸이 마지막으로 내보내는 신호다. 소설 『카사노바 호텔』의 화자가 P를 미친 듯이 욕망한 이유는 P라는 남성의 매력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의 쇠락과 다가오는 상실 속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몸의 저항적 움직임 때문이다. 욕망은 사랑의 부재가 아니라 상실을 견디는 인간의 방식이며, 이는 에르노의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집착』에서 화자가 질투에 사로잡혀 타인의 흔적을 뒤쫓는 모습 역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존재의 균열을 감당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로 기능한다. 욕망과 질투는 그녀에게 감정의 일탈이 아니라 현실의 붕괴를 지탱하는 마지막 감각적 지주이다.
소설 『카사노바 호텔』에서 화자가 느끼는 욕망 역시 그 성격이 같다. 그녀는 사랑을 묻지 않는다. 오히려 P가 말한 “당신이 사랑하는 건 내 좆일 뿐이야”라는 말 속에 진실이 있음을 인정한다. 욕망은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욕망하는 자신을 향한 감각의 회복이며, 그녀는 욕망을 통해 자신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4. 연민의 이중성- 타인과 자신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
작품의 마지막에서 화자는 한 역 근처에서 늙고 초라해진 P를 보게 된다. 이때의 감정을 표현한 부분은 작품 해석의 핵심이 된다.
“하지만 그 사람 – 어느 날 오페라역 승강장에서 맞은편에 서 있는 그를 멀리서 봤는데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이었다.-을 통해 육체적 사랑의 가없음과 불가해함을, 그 연민의 층위를 느꼈다. 몸짓 하나하나에, 그리고 포옹 하나하나에, 결코 서로 만날 일 없을 남자와 여자를 결합시키는 비가시적 물질처럼 그와 카사노바 호텔에는 뭔가가 있었다.” (17쪽)
이 인용문은 욕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발견되는 감정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녀가 느낀 연민은 단순히 P라는 한 남자를 향한 것이 아니다. 그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붙잡았던 욕망의 실체가 얼마나 덧없고, 동시에 인간을 깊이 흔드는가를 경험한다. P의 나이 들어버린 몸은 과거 그녀가 잠시 몸을 맡겼던 욕망의 잔해를 드러내는 상징이며, 그 잔해를 보며 화자는 타인이 아닌 자신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이 연민은 두 겹으로 작동한다.
첫째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다. 욕망의 대상이었던 P는 시간 속에서 쇠락하고, 그녀는 그의 늙음 앞에서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느낀다. 둘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다. 그의 쇠락은 곧 자신의 미래이고, 그녀 역시 욕망의 한때를 지나 결국 시간 앞에서 무너질 존재임을 깨닫는다.
이러한 이중적 연민 구조는 『집착』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타인을 향한 질투가 결국 자기 존재의 위기였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과도 평행한다. 연민은 타인에게 향하는 감정이면서 동시에 자기의 시간, 자기의 육체, 자기의 상실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5. 욕망은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 시간과 연민이 남는다
소설 『카사노바 호텔』은 짧은 작품이지만 에르노 문학의 핵심을 모두 품고 있다. 검열 없는 여성의 욕망, 상실을 견디려는 몸의 충동, 욕망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시간의 잔해,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이중적 연민. 에르노는 욕망을 통해 사랑이 아닌 존재의 진실을 드러내며, 그 진실은 불편하지만 날카롭고, 때로는 구원처럼 명료하다.
이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한 여성이 겪는 욕망의 기록을 엿보는 것이 아니라, 욕망과 연민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행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