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과학기술이 문제인가
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은 과학기술을 ‘발전의 역사’로 서술하지 않는다. 이 책이 겨냥하는 핵심은 과학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기술이 근대 국가의 목표·제도·동원 체계와 결합하면서 형성한 정치적 질서다. 저자는 과학기술을 중립적 도구로 이해하는 통념을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며, 과학기술이 어떻게 책임을 은폐하고 폭력을 합리화하는 장치로 기능해 왔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문제의식은 이론적 사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1960년대 일본 사회를 뒤흔든 전공투(全共闘)라는 집단적 체험에서 출발한다.
1. 전공투 체험과 대학 비판의 의미
야마모토 요시타카에게 전공투는 단순한 학생운동의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지식과 권력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현장에서 학습한 경험이었다. 『나의 1960년대』에서 그는 “왜 대학이 문제였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제기한다. 이 질문은 곧 “대학은 무엇으로 작동해 왔는가”라는 구조적 물음으로 전환된다. 대학은 교육기관인 동시에 엘리트 선발 장치이자 국가 프로젝트를 위한 인력 공급 체계로 기능해 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문은 이미 자율적인 탐구라기보다, 국가·산업·관료제의 필요에 맞게 배치된 실천이 된다. 전공투는 바로 이 사실을 내부에서 폭로한 사건이었다.
2.체험에서 구조로의 확장
『나의 1960년대』가 체험의 언어로 제기한 윤리적 질문은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에서 근대사 분석의 언어로 확장된다. 야마모토는 더 이상 대학 내부에 머물지 않고,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근대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구조를 포착한다. 그는 일본 근대를 “과학기술 총력전 체제”로 규정하며, 국가가 과학기술을 어떻게 조직하고 동원해 왔는지를 장기적 시야에서 분석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체제화 과정이다.
3.과학기술 총력전의 개념
이 책에서 말하는 총력전은 전쟁 수행의 기술적 개념이 아니다. 총력전은 국민을 동원하고, 산업을 재편하며, 교육과 연구를 특정 목적에 맞게 정렬하는 국가 운영 방식이다. 이 체제에서 과학기술은 전쟁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인프라로 기능한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과 관료 조직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합되고, 연구 주제와 자원 배분은 국가 목표에 따라 재편된다. 과학기술은 자연에 대한 지식이기 이전에, 국가 목적을 수행하는 장치가 된다.
4. 전쟁 이후에도 지속되는 총력전 논리
야마모토가 특히 강조하는 지점은 총력전 체제가 전쟁과 함께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종결된 이후에도 과학기술 동원의 논리는 성장과 국제 경쟁의 논리로 변형되어 지속되었다. 군사 연구는 산업 연구로, 전시 동원은 고도성장을 위한 동원으로 바뀌었을 뿐, 국가가 과학기술을 조직하는 기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연속성 속에서 “과학은 정치와 무관하다”, “기술은 중립적이다”라는 담론이 오히려 강화된다. 그러나 야마모토에게 이러한 중립성 담론은 책임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다.
5. 과학기술자의 위치 재규정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은 과학기술자를 순수한 탐구자로 묘사하는 전통적 이미지를 거부한다. 과학기술자는 연구비 배분, 성과 평가 기준, 국가 전략에 의해 설정된 연구 의제 속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즉 과학기술자는 구조에 의해 강제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 구조 속에서 선택을 수행하는 행위자다. 야마모토는 과학기술의 위험과 비용을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돌리는 순간, 윤리적 책임이 사라진다고 본다. 윤리는 바로 이 선택의 지점에서, 다시 말해 지식 생산의 조건을 드러내고 공개하는 실천에서 성립해야 한다.
6. 원자력이라는 핵심 사례
야마모토의 논의에서 원자력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원자력은 위험한 기술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근대 국가가 과학기술을 운영하는 방식이 응축된 체제적 사례다. 원자력 체제는 기술 자체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 예산, 관료 조직, 대기업, 연구기관, 규제 체계, 전문가 집단, 지역 개발 정책, 미디어의 정당화가 결합할 때 비로소 작동한다. 따라서 원자력은 에너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기술체제다.
7. 중립성 담론과 민주주의의 약화
원자력 체제는 “과학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언어를 통해 정치적 결정을 전문가 판단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안전 기준의 설정, 위험의 분배, 사고 발생 시 책임의 귀속은 본질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정은 기술의 문제로 환원되며, 민주적 토론은 축소된다. 그 결과 안전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되고, 민주주의는 선택의 과정이 아니라 사후 설명으로 남는다. 성장과 안보의 논리는 안전과 민주주의를 압도하며, 위험은 사회적으로 불균등하게 배분된다.
8. 사고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
이러한 관점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단순한 기술적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과학기술 총력전 체제가 오랫동안 선택해 온 운영 논리의 귀결이다. 야마모토의 비판은 특정 기술에 대한 찬반을 넘어서, 어떤 체제가 위험을 정상화하고 책임을 분산시키는가라는 질문으로 향한다. 그의 관심은 기술을 폐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기술을 조직하는 사회의 조건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있다.
9. 책임 배치와 과학기술 윤리
야마모토의 최종 질문은 분명하다. 과학기술의 문제는 발전을 멈출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연구 의제를 누가 설정하는지, 자원을 어떤 기준으로 배치하는지, 위험을 누가 감수하는지,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공개되고 참여 가능한지에 있다. 과학기술의 윤리는 개인 연구자의 선의나 고백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조건의 재설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10. 과학기술 비판은 근대 비판이다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은 한 전공투 세대 지식인이 자신의 체험을 역사 분석으로 확장한 성과다.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체험을 그대로 일반화하지 않고, 자료와 구조 분석을 통해 보편적 문제로 전환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과학기술 비판에 머물지 않고, 근대 국가와 민주주의를 성찰하는 텍스트로 읽힌다. 과학기술은 언제나 사회가 스스로를 조직하는 방식과 결합한다. 그 결합의 책임을 묻지 않을 때, 기술은 가장 위험한 형태로 작동한다.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이 지금도 읽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