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면 이미 늦은 것 아닐까?” 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 결과는 이 통념을 분명히 뒤집는다. 암 진단 이후라도 생활습관을 바꾸면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제 암 치료는 수술·항암·방사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의 선택이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1. 암 생존율을 높인 핵심 기준, ‘심혈관 건강 점수’
이탈리아 뉴로메드 IRCCS 연구진은 암 진단을 받은 성인 남녀 779명을 평균 15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건강 상태를 미국심장협회(AHA)가 개발한 LS7(Life’s Simple 7) 지표로 평가했다.
LS7은 다음 7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심혈관 건강을 점수화한다.
- 흡연 여부
- 신체활동 수준
- 식습관
- 체중(BMI)
- 혈압
- 콜레스테롤
- 혈당
분석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LS7 점수가 높을수록 암 환자의 생존율은 뚜렷하게 개선됐다.
생활습관 관리가 잘 된 그룹 → 전체 사망 위험 38% 감소
LS7 점수 1점 상승 → 암 사망 위험 약 10% 감소
즉, 암 치료가 끝난 뒤 혹은 치료 중이라도 운동·식사·금연·체중 관리를 실천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오래, 건강하게 살 가능성이 높았다.
2. 암과 심장병, 사실은 같은 뿌리를 가진 질환
왜 심혈관 건강이 암 생존율에 영향을 미칠까? 연구진은 그 이유를 공통된 생물학적 기전에서 찾았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개선한다.
- 저등급 만성 염증 감소
- 심박수 안정화
- 혈중 비타민 D 수치 개선
흥미롭게도 이 세 가지는 암과 심혈관질환 모두의 발생과 진행에 깊이 관여한다. 즉, 암과 심혈관질환은 전혀 다른 병처럼 보이지만, 몸속에서는 같은 토양에서 자라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장 건강을 관리하면 단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의 재발과 진행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3. 지중해식 식단, 암 환자에게 더 강력한 효과
이번 연구에서 주목받은 요소는 식습관이다. 연구진은 LS7의 ‘식습관’ 항목을 일반적인 건강식 기준 대신 지중해식 식단 준수도로 평가했다. 그 결과, 생존율과의 연관성은 더욱 강해졌다.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 구성
- 과일과 채소
- 통곡물
- 콩류와 견과류
- 생선과 해산물
- 올리브유
- 붉은 고기와 가공식품 최소화
이 식단은 이미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들은 암 환자의 예후 개선, 염증 억제, 대사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항암 치료 후 체력 회복기나 장기 생존 단계에 있는 암 환자에게 지중해식 식단은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4. 암 환자가 지금 실천할 수 있는 5가지 생활습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암 환자와 생존자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핵심 행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무리하지 않는 규칙적 운동
하루 30분 걷기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2)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
암 재발과 심혈관 위험을 동시에 낮인다.
3) 체중과 혈압의 안정적 관리
급격한 다이어트보다 ‘유지’가 중요하다.
4) 지중해식 식단으로 식사 전환
완벽할 필요는 없다. 하루 한 끼부터 바꿔도 효과가 있다.
5) 혈당·콜레스테롤 정기 점검
암 치료 이후에는 대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5. 암 이후의 삶, 관리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이번 연구는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암 치료와 심혈관 건강 관리는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암을 ‘완치’의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오래,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
연구진은 “예방 중심의 생활습관 전략은 암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이미 암을 겪은 사람들의 삶의 질과 생존율을 동시에 개선한다”고 강조한다. 암 진단은 삶의 끝이 아니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순간, 예후는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