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깊은 질문 —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소설 <어복기>(1936)

삶의 깊은 틈을 응시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간 내면의 고독과 파편화된 의식을 깊이 파고드는 문체를 통해 독특한 문학 세계를 만들었다. 장편소설 『인간 실격』과 『사양』에서 확인되는 삶의 무게와 실존적 절망은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 배어 있으며, 인물들의 고통·무력감·자기 부정은 그의 생 자체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다자이는 삶의 현실에서 인간이 흔들리는 순간을 가장 예리하게 포착한 작가로 평가받는다.만년 | 다자이 오사무 - 교보문고

고립된 산골에서 벌어지는 ‘죽음 이후의 깨달음’

단편소설 <어복기>의 배경은 일본 혼슈 북단의 마하게야마 산 속 작은 용소(龍沼) 주변이다. 스와와 아버지는 외지에서 들어와 여름철에만 음료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추석 이후에는 버섯 채취와 숯 굽기라는 고된 노동이 이어진다. 어느 날 스와는 식물 채집 중 용소에 떨어져 죽는 학생을 목격한다. 그 사건 이후, 그녀는 겉으로는 무심하게 보이나, 그 죽음은 내면 깊숙한 곳을 강하게 흔들고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후 스와는 아버지에게 질문을 한다.

“아부진 와 사는기요?”

아버지는 큼직한 어깨를 움찔 움츠렸다. 스와의 진지한 얼굴을 찬찬히 보고 나서 중얼거렸다.

“모르겠는기라.”

스와는 손에 들고 있던 참억새 잎을 씹으면서 말했다.

“뛔지는 편이 좋은 긴데.”

아버지는 손바닥을 올렸다. 흠씬 패 주려고 했다. 하지만 우물쭈물 손을 내렸다.

생존 자체를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와 달리, 스와는 ‘원하는 삶’과 ‘무의미한 생존’ 사이의 간극을 체감한다. 작품의 절정에서 스와는 눈보라 속에서 자신이 용소의 물고기로 변하는 환상에 빠지고, 그 신비로운 행복감 속으로 걸어가다 결국 눈 속에 쓰러진다.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기투성’

스와는 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며 삶의 본질적 허무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공포나 비극이 아니라, 다자이 작품에서 반복되는 실존적 각성의 순간으로 기능한다.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듯, “먹고 사는 것만을 위해 사는 삶은 의미 없는 것이며, 좋아하는 일을 하다 죽는 삶이 오히려 충만하다”는 역설적 인식이 스와의 심리에 자리 잡는다. 이때 스와가 경험하는 감정의 폭발—정동(affect)—은 다자이 문학의 핵심 감정 구조로, 개인이 현실의 부조리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향해 투신하려는 ‘기투성(自己投企)’의 발현이라 볼 수 있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찾는 진짜 삶

스와가 물고기로 변하는 환상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인간이 선택하는 탈주이자 실존적 상징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종종 인물들이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신화적 존재나 비현실적 감각 속으로 빠져드는 장면을 사용해 인간의 불안과 허무를 비판한다. 스와에게 물고기가 된다는 것은 자유와 해방, 동시에 ‘현실적 삶을 벗어난 존재의 방식’을 의미한다. 눈보라 속에서 쓰러지는 장면은 현실과 환상, 생과 사, 고통과 구원을 잇는 다자이식 결말로 해석할 수 있다.

빈곤·고립·허무 속에서 묻는 삶의 본질

<어복기>는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강렬한 실존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스와와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고립된 주변부 인물이지만, 그들의 삶은 오늘날의 우리를 투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생계를 위해 반복되는 노동, 계절 노동에 휘둘리는 삶, 그리고 “왜 사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현대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자이는 비극적 묘사 뒤에 감춰진 인간 존재의 진정성과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성찰하도록 독자를 이끈다. <어복기>는 삶의 본질을 묻는 청소년의 내면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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