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본주의의 균열을 응시하는 문제제기
우치다 다쓰루와 이시카와 야스히로는 『되살아나는 자본론』에서 현대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체제로 파악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구성해온 모든 기반—노동, 신체, 재생산, 윤리적 관계—를 전면적으로 침식하는 거대한 구조로 바라본다.
“자본주의의 윤리적 붕괴와 인간 존재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두 저자는 오늘날 금융화된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최소 조건마저 해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안정 노동과 자산시장 중심의 경제는 삶의 기반을 불확실성 속으로 몰아넣으며, 구조적 모순을 넘어 윤리의 해체로 이어진다. 경쟁과 효율의 논리는 인간을 타자와 연결된 윤리적 존재가 아니라, 고립된 개체적 주체로 재구조화하고 있다. 이 서적이 제기하는 문제는 결국 하나다. 자본주의는 어디까지 인간을 파괴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2. 구조와 신체, 윤리와 재생산의 통합적 분석
1) 자본주의의 내재적 운동과 구조적 필연성
이시카와는 마르크스를 역사유물론의 엄밀한 분석가로 읽는다. 그의 해석에서 자본주의는 외부적 윤리 개입이 극복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 그 내부에 이미 스스로를 전복할 모순을 품고 있는 자연법칙적 구조물이다.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자의 성장과 발달 역시 자본주의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혁명은 체제 외부에서 주어진 이상적 윤리가 아니라 내부 운동의 귀결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금융자본주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산 중심의 경제는 노동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고용 구조를 변형한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자의 재생산 능력을 약화시키며 결국 사회적 불평등과 생존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필연성을 드러낸다. 이시카와의 분석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윤리적 비난이나 도덕적 당위로 설명하는 대신, 체제 그 자체의 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2) 소외의 신체적 경험과 윤리의 붕괴
우치다는 구조 분석에서 벗어나 인간의 신체적·감각적 경험을 중심으로 자본주의를 읽어낸다. 그는 마르크스가 말한 소외를 개념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배고픔과 아픔, 지침과 상실감으로 체감되는 신체의 경험으로 이해한다.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착취를 이론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몸이 소모되고, 감정이 피폐해지고, 인간관계가 단절될 때 비로소 소외의 실체를 경험한다. 우치다에게 자본주의는 무엇보다 ‘윤리의 해체’를 초래하는 체제이며, 타자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인간적 존재 방식을 파괴한다. 개인은 경쟁과 효율의 논리에 최적화되어야 하는 존재로 재구성되며, 공동체적 신뢰나 배려는 체제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사회적 변화가 아니라 인간 내부의 윤리적 감각마저 붕괴시키는 문제로 인식한다. 이 관점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곧 인간 존재의 회복에 대한 요청으로 이어진다.
3) 생물학적 재생산의 위기
우치다가 제시하는 가장 급진적 해석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생물학적 재생산 기능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점이다. 전통적으로 인간 사회는 빈곤 속에서도 아이를 낳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이마저도 파괴하고 있다. 불안정 노동, 낮은 임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출산과 육아를 불가능한 선택으로 만들며, 결과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노동자 계급’을 등장시킨다. 우치다는 이를 자본주의의 ‘대홍수’라 부르며, 체제가 더 이상 착취 가능한 신체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자기파괴적 단계에 도달했음을 경고한다. 이 분석은 마르크스주의 비판을 가족, 젠더, 생명정치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는 중요한 이론적 전환점을 제공한다.
3. 구조와 윤리를 잇는 자본론 재해석
『되살아나는 자본론』은 자본주의 비판을 경제 구조 분석에서 인간 존재의 복원이라는 문제로 확장하고 있다. 이시카와의 구조적 분석과 우치다의 신체·윤리 중심 분석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경제의 위기만이 아니라 인간 자체의 위기이며, 그 해법 또한 인간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소외의 재구성은 추상 개념을 넘어 신체적 실존의 문제로 확장되며, 혁명의 개념은 윤리적 도덕성이 아니라 체제 내부의 구조적 운동으로 이해된다. 또한 생물학적 재생산 위기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지속 가능성을 해체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책이 던지는 궁극적 메시지는 단순한 마르크스의 재해석이 아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동시에,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와 윤리, 신체와 감각을 통합하는 이들의 시도는 오늘날 새로운 비판 이론의 가능성을 열어주며, 자본주의 이후의 삶을 상상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자원이 된다.